패스오브엑자일(poe) 스토리 총정리 완전판 part.1


한 여자가 두 아이를 출산했다. 하나는 순결이고, 하나는 죄악이었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순결의 ‘이노센스(Innocence)’와 죄악의 ‘씬(Sin)’


순결은 착한 아이였고, 죄악은 나쁜 아이였다. 고귀한 성품의 순결과 달리 죄악은 반항심이 강하고 거짓말을 잘했다. 어머니는 빵을 나눠줄 때 순결에겐 착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마음껏 빵을 먹게 했고, 죄악은 나쁜 행동에 대한 벌로 남은 부스러기만 먹게 했다.


하루는 죄악이 물고기를 훔치고 자신의 동생 순결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말라며 그를 때렸다. 하지만 순결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이 사실을 안 마을 사람들은 죄악을 더 이상 구제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그를 불태웠다.


죄악은 타들어가며 재와 연기가 되어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에게 깃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광기에 휩싸인 채 거인이 되어 서로를 죽이고 싸웠다. 


순결은 마을을 구제할 수 없음을 깨닫고 거인과 마을을 모두 불태웠다. 하늘은 죄악의 재로 검게 변했다. 이에 순결은 맹세했다. 앞으로 죄악의 재가 닿는 모든 곳을 자신의 불로 정화하겠노라고.


고대에는 필멸자도 사람들의 숭배를 받으면 신성을 얻어 육체를 포기하는 대가로 불멸자로 각성할 수 있었다. 


이들은 신이라 불리웠으며, 각성 후에도 인간의 형상을 한 자들도 있었지만 동물이나 다른 형태를 취하는 신들도 있었다. 죄악은 신들의 신성한 힘을 견제하고자 ‘짐승(The Beast)’이라는 거대 생물을 창조했다.


짐승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본능 외엔 아무런 의지도 야망도 없는 단순한 생명체였다. 이들은 씬을 포함하여 모든 신들의 힘을 흡수했다. 


권능을 빼앗긴 신들은 모두 긴 잠에 빠졌으며 필멸자가 새로운 신으로 각성하는 것도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짐승 또한 <레이클라스트> 내륙의 산 아래에 잠들었다. 그리고 긴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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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알’은 레이클라스트의 첫 번째 문명이었다. 바알 제국은 수도 ‘아잘라 바알’을 중심으로 레이클라스트 전역에 고대 피라미드를 건설하고 기계형 병기를 만들었으며 그들만의 마법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인공 생명체를 창조해 인신공희를 일삼았다. 


이들이 이처럼 뛰어난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하이게이트 산>에서 추출한 어떤 보석 덕분이었다.


오래전 신들의 권능을 흡수하고 잠들었던 짐승의 육체는 하이게이트 산과 융합하여 어떤 이유에서인지 여러 종류의 보석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바알은 짐승이 잠든 산에서 나오는 보석에 마력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낸 첫 번째 문명이었다. 그들은 이 보석을 ‘마지의 눈물(Tears of Maji)’이라고 불렀으며, 이를 이용해 각종 마법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바알의 학자들은 영혼을 모아 위력을 증대시키는 특수한 종류의 보석인 ‘바알 젬’을 발명했다. 사람들은 이 보석을 다루는 기술을 통틀어 ‘마석학’, 그리고 이를 연구하는 자들을 ‘마석학자’라 불렀다.


BIC 900년경, 바알 제국은 <아즈메리> 산맥에 진출하여 그곳에 살고 있던 아즈메리 원주민들과 조우했다. 


이때까지 아즈메리는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수렵 채집 사회였으나 바알의 지도 아래 농경 기술을 갖추고 급속도로 발전했다. 


다만 바알은 마지의 눈물에 대한 것은 일체 알려주지 않았다. 

(* BIC : Before Imperialus Conceptus, 영원의 제국 건국 이전 세기)


BIC 400년경, 바알 제국은 앗지리 여왕이 통치하고 있었다. 앗지리는 매우 아름답고 허영심이 강했다. 또한 잔혹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자신을 반대하는 신하들을 가차 없이 죽였다.


앗지리 여왕은 영생과 영원한 젊음에 관심이 있었다. 동시대에 ‘제르피’라는 바알 귀족이자 연쇄살인마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이 있었는데, 무려 168세까지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체 나이는 20세에 머물러 있었다. 


제르피가 피해자의 젊음을 흡수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생각한 앗지리는 제국의 수석 마법사 ‘도리아니’를 시켜 16세와 26세 사이의 수많은 백성들을 붙잡아 실험을 시작했다. 이때 희생된 젊은이들의 수는 그 이름으로 책 한 권을 채울 수 있을 정도였다.


앗지리의 광기어린 실험은 바알 귀족들 사이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들조차 입을 잘못 놀렸다간 즉시 처형당하기 일쑤였다. 실험대상의 수가 모자라기 시작하자, 바알 제국은 모든 범죄를 사형으로 처벌하게 한 다음 백성들을 마구 잡아들였다.


수백 년을 지속해온 바알 제국의 멸망은 하룻밤만에 벌어졌다. 도리아니는 보름달이 찬 어느 밤, 보석을 모아 그의 요람을 가득 채우고 ‘교섭(communion)’이라 불리는 모종의 의식을 시도했다. 


그 의식은 ‘악몽’, 또는 ‘짐승’이라 기록되어 있는 어떠한 존재를 깨웠고 그 여파로 도리아니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앗지리는 영혼은 악몽의 차원에 가두어졌고 주민들은 무언가에 휩싸여 사람이 아닌 무언가로 변해버렸다.


해가 뜨고 나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바알 생존자들은 아즈메리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향했다. 재산과 가족, 모든 것을 잃은 생존자들은 꼴이 말이 아니었고 미쳐버린 생존자도 있었다. 


아즈메리는 그 난민들을 받아 보살펴 주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어째서 바알 제국이 하룻밤만에 멸망하게 되었는지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때 아즈메리 문명에 흡수된 바알 생존자들은 정확히 3162명이었다.


아즈메리 민족은 한동안 산속에서 조용히 살아갔다. 옛 바알의 영토들은 금지된 땅으로 지정하고 드나들지 않았다. 그렇게 400여 년이 지난 후, 타커스 베루소라는 양치기 소년이 어느 날 계시를 받는다. 아즈메리의 지도자가 되어 금지된 땅으로 내려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라는 계시였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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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루소는 8만 명의 아즈메리를 이끌고 아잘라 바알의 폐허 위에 <사안>이라는 새 도시를 세웠다. 그리고 그곳을 수도로 <영원한 제국>을 건국하여 자신이 초대 황제가 되었다. IC 원년의 일이었다.


베루소 황제는 제국군을 창설하고 고대 전투병기들이 여전히 들끓던 옛 바알 영토를 수복하여 제국의 영토를 늘렸다. 


또한 과거 바알 제국이 피와 청동에 눈이 멀었었다고 말하며 바알의 모든 학문과 기록들을 말살했다. 이에 따라 마도학은 금지되었고, 남아있던 마지의 눈물들은 파괴하기엔 너무 위험했기에 대신 하이게이트의 광산에 다시 매장해버렸다.


베루소는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았다. 거대한 미궁을 건설한 다음 이 미궁의 시험에서 살아 나오는 자야말로 황제의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승좌(Ascendancy)’라 하는 아즈메리 민족의 전통이었으며, 베루소 자신도 제국을 세우기 전 미궁의 시험을 통과하여 아즈메리의 지도자가 된 것이었다. 


시험이 열리자 베루소의 외아들을 비롯한 많은 자들이 미궁에서 죽었고, 유일하게 살아서 시험을 통과한 병사 출신 ‘카스피로’가 제2대 황제가 되었다. 


하지만 카스피로 황제는 얼마 가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존재(dark being)에 의해 살해당한다. 동시에 제국 전역에 끝나지 않는 밤이 지속되기 시작했다.


IC 35년, 알라노 프레시아 장군이 이끄는 제국군이 이 어두운 존재를 어느 폐허 속 깊은 곳에 몰아넣고 봉인하자 끝없는 밤 역시 그쳤다. 


수도로 돌아온 프레시아는 마침 뚜렷한 후계자가 없는 왕위에 추대되어 제3대 황제로 등극했다. 이후 영원의 제국은 약 1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프레시아의 후손들인 프레시우스 왕조의 통치를 받으며 평화로운 시대를 맞았다. 제국의 심장부라고도 할 수 있는 사안 남동쪽 지역이 그들의 이름을 따서 프레시아라고 명명된다.




프레시우스 왕조는 근친혼을 통해 가문을 이어갔다. 때문에 IC 1300년대 이자로 프레시우스 황제 대에 이르러서는 유전병적인 문제가 겹쳐 불임이 되고 말았다.


아이를 낳을 수 없던 이자로는 후계자를 찾을 방법을 강구하던 중 옛 아즈메리 승좌 전통을 떠올리고 베루소가 그랬던 것처럼 미궁이라는 시험을 통해 후계자를 색출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아즈메리 시대의 그것보다 더욱 거대하고 복잡한 함정으로 가득 찬 미궁이 건설되었다.


그런데 이를 언짢게 바라보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페란두스 가문이었다. 그들은 제국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 가문으로, 베루소 황제 시대에 창업한 페란두스 시장과 무역을 통해 제국의 상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이자로 대에는 사안의 경제를 지배하다시피 하는 상황이었다. 


가주인 카디로 페란두스가 제국의 재정관을 맡고 있었을 만큼 왕가와도 밀접했으나 프레시우스 왕조 때문에 막상 황제를 배출하지는 못했다. 


이자로가 아이를 갖지 못하므로 다음 황제는 제국에 오랫동안 헌신한 페란두스 가문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던 상황인데, 이자로는 온 백성이 참가 가능한 시험을 통해 황제를 뽑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카디로의 조카인 치투스 페란두스는 특히 야망이 큰 젊은이였다. 미궁 계획에 분노한 치투스는 이자로를 암살하려고 시도하지만 세 번의 시도 모두 무산되고 결국 미궁의 건설을 저지할 수 없었다. 


치투스는 그렇다면 자신이 미궁을 통과하여 황제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는 사안 최고의 검사를 고용해 그에게서 고된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동시에 미궁 감독관들을 뇌물로 매수하고 설계도를 입수하는 등 온갖 술수를 통한 물밑 작업도 동반해두었다.


IC 1318년, 마침내 미궁이 완성되고 시험이 개최되었다. 치투스는 계획대로 미리 미궁 안에 숨겨놓은 보급품과 설계도 지식을 통해 미궁의 최종 정복자가 되었다. 다음 해 IC 1319년, 황제로 즉위한 치투스 페란두스는 첫 번째 어명으로 이자로를 미궁에 처넣고 입구를 봉인했다.


치투스의 통치 아래 제국은 오랫동안 금지되어 왔던 마도학의 사용과 연구를 재개했다. 연구를 이끈 사람은 치투스의 최측근 중 하나인 말라카이라는 자였다. 


그는 아즈메리 선조들이 바알 제국의 지식을 봉인한 것은 실수였다며 그들이 연구하던 보석에 ‘힘의 마석(Virtue gem, 버츄 젬)’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기술 발전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마도학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침 치투스는 제국의 영향권을 늘리려고 정복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기 때문에 <나마카누이>, <에조마이트>, <마라케스> 등 주변국에서 잡아온 노예들이 하이게이트 광산에서 보석 채굴에 동원되었다. 과거 베루소가 매장했던 보석들을 도로 꺼내온 것은 물론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마석 연구에 심취한 말라카이는 마법의 본질은 ‘상상의 것’을 ‘현실의 것’으로 변환시키는 힘이라는 이론을 정립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꿈 기구(Reverie Device)’라는 장치를 개발했다. 꿈 기구는 장치 안에 어떤 좌표가 그려진 그림을 넣으면 그 좌표에 해당하는 세계를 생성하고 그곳에 방문할 수 있게 해주는 놀라운 기계였다. 


좌표만 있다면 과거의 세계로 갈 수도 있고 기억이나 꿈 등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곳으로 갈 수도 있었다.


말라카이는 본인도 알 수 없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좌표를 그려내 꿈 기구에 넣고 가동했다. 그러자 어떤 악몽 같은 세계가 열리는 경험을 한 말라카이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마석의 원천인 ‘짐승’의 존재를 알게 되고, 자신으로 하여금 꿈 기구와 좌표를 만들게 한 것이 그 짐승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편으로 말라카이는 바알 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인체실험을 통해 힘의 마석을 인간의 몸에 심는 기술을 복원했다. 몸에 마석을 단 자들은 ‘마석병(gemling, 젬마)’이라 불렸으며, 이들이 얻은 마력과 신체능력은 도구를 매개체로 펼치는 마법보다 배로 더 강력했다.


힘의 마석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마석 이식 수술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대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음악가들은 더 빠르고 유려한 연주를 하기 위해 손에 힘의 마석을 박았고, 한 성악가는 목젖에 이식을 받았는데 그의 공연은 마치 목소리가 심장을 잡아끄는 듯할 정도로 아름답다는 평을 받았다.


제국군에도 마석병 부대가 속속 창설되었다. 마석병들은 먹거나 잠을 자지 않아도 되었으며, 마석병 한 명이 정예 에조마이트 전사 4명을 쓰러트릴 정도로 강력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마석병들은 악몽에 시달리는 등의 부작용을 겪곤 했는데, 그럼에도 대부분 마석의 힘에 취해 마석을 적출하지 않고 참으면서 서서히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갔다.


말라카이의 3명의 조수들 샤브론, 말리가로, 도이드리는 마석의 용법을 기괴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마석을 몸에 박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마석의 정수만을 끄집어내 신체와 융합한다던가, 각종 신체개조도 서슴지 않고 벌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실패하여 괴물을 만들어버리는 결과만을 낳았다. 샤브론은 앗지리처럼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추구하여 처녀들의 피로 목욕을 하는 등의 극악한 짓도 저질렀다. 


다만 조수들과 달리 말라카이는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놀라운 존재를 탄생시키기도 했는데, 바로 마석 여왕 디알라였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많은 마석들을 몸에 이식한 채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았다.


이처럼 다시 시작된 마석의 시대는 치투스 황제의 통치가 시작되고 약 십여 년간 지속되었다. 그러나 힘의 무분별한 남용은 필연적으로 반발을 불러오는 법이었다. IC 1333년, 영원의 제국에 반란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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