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체스란? 오토체스 룰 & 플레이 가이드

게임 공략|2019. 3. 13. 01:50



# 오토체스란?


바로 ‘도타2 의 커스텀 맵입니다. 일명 ‘도타 오토 체스’ 라고 불리는데요. 요즘 이 게임의 인기가 장난 아닙니다. 스팀 통계에서 도타2 가 1등을 차지하게 된 1등 공신이구요.


오토 체스는 어느날 갑자기 완전히 새롭게 뿅하고 태어난 게임은 아닙니다. 전신 격의 게임이 몇 개 있는데요. 일단 워크래프트3 유즈맵을 좀 해보았다면 알만한 모드인 포켓몬 디펜스가 그 원류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개발자가 마작 요소 등 적절한 변형을 가하여 만들어진 것이 삼국지 디펜스, 그리고 그걸 다시 도타2로 이식한게 지금의 오토 체스입니다. 이만큼 토대가 있었으니, 밸런스 등 디테일한 완성도가 상당히 좋습니다.


# 오토 체스의 기본 룰




오토 체스의 기본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라운드는 구입&배치 단계와 전투 단계로 나뉘어지며 각 라운드마다 무작위 플레이어와 대결하게 됨 

▶ 플레이어는 매 라운드마다 일정량의 골드를 지급 받으며, 이는 연승/연패 여부, 현재 골드량 등에 영향을 받아 늘어남 

▶ 매 라운드마다 5개의 유닛(체스)를 드로우하여 이를 골드로 구입하거나 리롤하여 다시 드로우할 수 있음 

▶ 유닛들은 1~5 골드의 가격을 가지고 있고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짐꾼의 레벨에 따라 등장 확률이 변화함. 또 레벨마다 내려놓을 수 있는 체스말 수가 늘어남 

▶ 플레이어들이 유닛을 구입할 때마다 그 유닛이 등장할 확률이 감소하며, 1성 3개로 2성, 2성 3개로 3성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음 

▶ 유닛들은 저마다 2개 이상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속성이 겹치는 말들이 일정 수 이상일 경우에 시너지가 발생, 이 시너지를 만드는게 핵심 

▶ 구입한 유닛(체스)을 체스판에 배치할 수 있으며 아래쪽 절반을 사용함. 전투 페이즈에는 무작위 상대 플레이어가 상단 절반에 배치되어 전투 

▶ 즉 한 라운드에 플레이어는 공격과 방어를 1회씩 수행하며, 방어에 실패하면 유닛의 가치에 따라 라이프가 깎임. 방어 성공=승리, 방어 실패=패배로 집계 됨 

▶ 라운드를 반복하여 1명의 플레이어가 남을 때까지 진행. 1명이 남으면 순위를 최종 결정하고 보상 지급 


게임의 기본 룰은 이정도입니다. 물론, 이것만 알고 게임에 들어가면 우왕좌왕 허둥지둥하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뭘 더 공부한다고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겪어봐야만 아는 게임이거든요. 근데 그럼 그런 고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할 만큼, 왜 오토 체스가 재미있는걸까요? 


# 베팅과 손절, 운빨과 실력 사이




오토 체스는 게임의 세가지 요소가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습니다. 바로 운(무작위성), 운영, 컨트롤이 그것이죠. 


오토 체스는 분명 체스라는 변형된 형태를 띄고 있지만 분명 그 기본은 우리가 아는 카드 게임에서 출발합니다. 


카드 드로우는 이 게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이고, 또 매 라운드마다 싸울 상대를 점지해주는 것 또한 운입니다. 


게임 내에서는 이 두가지를 포함해 크고 작은 운 요소를 계속 저울질하면서 가게 되죠. 네, 결국 이 게임도 운이 꽤나 결정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오토 체스가 단순히 운빨 게임이었다면 이만큼 큰 반향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요? 물론 아니죠. 오토 체스가 뛰어나고 또 재미있는 부분은 이 ‘운’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보완할 수 있고, 또 운에 좌우되는 영역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오토 체스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즉 강해지기 위해서는 유닛을 잘 모아 레벨업 시키고, 이 유닛들로 최대한 많은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조합을 짜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공부할게 좀 많습니다. 유닛 간에 시너지도 파악해야 하고, 어느 라운드에 어떤 NPC 크립이 나오는지도 알아야 하고, 각 유닛이 사용하는 궁극기와 아이템 조합도 생각해야 하고요. 




제 아무리 운이 좋아도, 이런 지식을 기반으로 미리 운영을 통해서 빌드업을 해놓지 않았다면 운을 잡을 수 없거나 잡아도 제 위력을 내지 못하게 됩니다. 


반대로 아무리 운영을 잘 해놓았다 하더라도 마지막 한 조각을 맞추게 해주는 운이 따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죠. 


흔히 말하는 연패 코인 같은 전략이 이런 운영의 묘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패 시에 주어지는 보너스 골드를 모으는 전략인데, 이건 꽤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죽지 않을 만큼 살살 맞아가면서 연패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게 정말 어렵습니다. 


상대의 조합도 봐야하고, 상대 배정도 랜덤이니 내 전력을 너무 약하게도 강하게도 해도 안됩니다. 그리고 몇 라운드 쯤에 체제 전환을 할지 패배하면서 모으는 체스말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고요. 


그런데 그렇게 교묘하게 연패를 유지해서 골드를 왕창 모은다 하더라도 먼저 빠르게 레벨업 한 연승자들이 좋은 카드를 선점해버리면 연패 코인이 그냥 연패로 변하는건 순식간입니다. 


몇 라운드 쯤에 어느 레벨대가 형성되서 내가 어떤 카드를 뽑을 수 있게 되고, 그때 골드가 얼마이고 그때 뽑은 카드를 적절히 사용할 조합을 갖추고 있는가… 


이처럼 운과 실력이 마구 뒤섞여있지만, 하나가 다른 하나를 완전히 압도할 수도 없죠. 하지만 이는 이렇게 운영을 배운다면 못해도 중반까지는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런 운과 운영의 절묘한 조화는 게임 내의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입니다. 모든 것은 확률을 따르지만 그 확률은 플레이어가 일정 수준까지 조절할 수 있게 되어있고, 여기서 벗어나는 유일한 무작위 요소는 어떤 상대와 싸우게 될까 하는 부분 뿐이죠. 이마저도 살아있는 플레이어가 줄어들수록 변수 또한 줄어듭니다. 


각 체스 말은 상성이 있고 시너지를 일으키는 조건도,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시너지 내용도 다릅니다. 모든 시너지가 일정 수 이상의 같은 태그를 가진 다른 종의 유닛을 모아 발동하게 되어있는데 발동에 필요한 기본 개수도 다르고 단계별 테크에서 주어지는 양도 다르죠. 또 이 시너지에 따라서 생기는 각각의 태그별 빌드는 저마다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사 조합은 쉽게 1단계 시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최종 단계를 발동시키려면 무려 9마리를 써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발동이 불가능합니다. 


반면 기사 조합은 전반적으로 기사 유닛들의 코스트가 높아 구성하기 어렵지만 현존 최강 유닛인 드래곤나이트를 쓰려면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조합이죠. 




트롤의 경우 유닛 개개의 성능은 보잘 것 없지만 시너지와의 조화가 대단해서 후반 캐리가 가능한 조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투에서 진형을 짤 수 있다는 것도 절대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인데, 같은 구성으로도 진형을 어떻게 짰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기 때문에 상대에 따라, 내 조합에 따라 최적의 진형을 짜서 배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오토체스 내의 변수들은 모든 것이 랜덤인 완전 무작위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갈림길에 가까운 편이고 플레이어는 이 중에서 어느 길이 나에게 열려있는가, 또 내가 그 길을 갈 수 있는가를 판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 게임의 미덕은 신속 정확한 판단, 과감한 결단력, 실수 없는 실행이죠. 


그리고 의외라면 의외인데, 이 게임은 상당한 컨트롤을 요구합니다. Q를 눌러 유닛을 들었다 놨다 하는 조작이 그리 편하지는 않기 때문에 30초인 구입&배치 단계가 생각보다 빠듯합니다. 


만약에 서버랙이 있다면 더심각하고요. 나온 카드들을 보고 리롤 몇 번 해보고 조합하느라 다다닥 올렸다 내리고 진형 변경까지 하게 되면, 분명 몇 번 쯤은 흔히 말하는 ‘뇌절’이 옵니다. 클릭 실수 한 번에 내가 그리던 그림이 완전히 어그러질 수도 있죠. 


개인적으로 저는 초반에는 전사/고블린&메크/기사 중에서 테크를 정한 뒤, 3전사/3고&메/2기사를 맞춘 다음에 캐리를 이끌어줄 마법사/헌터/드래곤나이트/테러블레이드/트롤워로드 중에서 먼저 나오는걸 골라서 빌드를 올립니다. 


이 말인 즉슨, 이 게임에서 빌드업이나 전략이란 ‘나는 이번 판에 6기사로 이길거야!’ 같은 것이 아니라 일종의 ‘어떤 조건이 주어지면 나는 무엇을 하겠다’ 라는 일종의 유동적인 플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지인은 “이 게임은 ‘이번판엔 어떤 조합을 해야지’ 라고 생각하면 지는 게임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죠. 


따라서, 이 게임에서 운과 실력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이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력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스스톤의 그 유명한 요그사론 같은 극단적인 운빨도 없고, 극단적인 직업 상성으로 인한 아무런 변수가 없는 노잼도 없습니다. 


서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물론 이 두 개가 같이 따라주지 않으면 최상위권은 힘들지만 하나만 잘해도 중간은 갈 수 있습니다. 운영을 잘하면 꼴찌를 하게 될 일이 거의 없죠. 


생각할 거리가 많지만 그게 무한정의 변수가 있는게 아니라 내 빌드와 상대의 빌드를 체크하고 서로의 상성관계와 드로우 확률 계산 정도라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또다시 하스스톤과 비교한다면 벽덱처럼 나만 내 할 일 하면 되는, 매 게임이 매크로 같은 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는거죠. 매 판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가져가는 체스가 다르고 그러면 저는 그 확률에 따라 전략을 빠르게 수정해서 손절을 하고 새로운 테크를 타는 등의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오토체스의 재미는 ‘판단을 내리는 재미’ 입니다. 주어진 정보들을 한정된 시간 안에 분석해서 내가 해야 할 최선의 수를 생각하고 이걸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고민을 하는 재미죠. 이게 정말 대단히 좋습니다. 


기존의 TCG 나 CCG 에서의 덱 빌딩 요소가 없는 만큼 게임의 판도에 따라서 즉각적으로 내 전략을 수정할 수 있고, 또 그런 능력이 미덕인 게임이거든요. 


순간의 판단으로 옳은 결정을 내려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냈을 때 느끼는 희열은 다른 그 어떤 게임에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적절한 베팅과 손절, 이 두가지의 손맛은 마치 도박과도 같죠. 


즉, 오토 체스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이렇게 되겠죠. 운영으로 준비하여 운이 따라주었을 때 컨트롤로서 쟁취한다. 


# 스트레스는 있지만 무력감은 없는 플레이




그렇다면 오토 체스가 재미있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에 열광하고 계속 플레이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솔직히, 세상에 재미있는 게임은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벽마다 타임머신을 타면서까지 계속 하는 게임은 드물죠. 


그렇다고 플레이하는 모습들을 보면 마냥 행복하지도 않거든요. 카드 하나가 뜨냐 안뜨냐에 육두문자가 오가는건 기본이죠. 


그런데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데 게임을 계속 하고, 한 판이 끝나면 다시 한 판을 하게 되는걸까요. 제가 생각하는 답은 게임을 하면서 얻는 일반적인 스트레스와 ‘무력감’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어떤 게임을 하고나면 지친다는 표현을 쓰곤 하죠. 재미있는 건, 그런 느낌이 게임에서 졌거나 망친 후 뿐만 아니라 게임에서 이겼거나 아주 잘 되었을 때에도 찾아온다는 겁니다. 


배틀로얄 게임들을 하는 플레이어들이라면 알거에요. 길고 긴 존버와 전투 끝에 기어코 치킨을 쟁취했고 엄청나게 기뻤지만, 왠지 진이 빠지고 지쳐서 거기서 그만 하고 싶어지는 순간들 말이죠. 


전심전력을 쏟아넣은 것 같고, 또 그걸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전심전력을 또 쏟자니 너무 힘들 것 같고… 그런 느낌 말입니다. 


오토 체스는 그런 무력감이 굉장히 적습니다. 한판 한판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에이씨, 하고 성질 한 번 부리고 다시 큐를 돌립니다. 그리고 열심히 합니다. 


한판에 아무리 짧아도 수십분이 걸리는 게임인데도 그렇게 계속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오토 체스는 플레이어를 무기력하게 만들지 않는걸까요? 


잠시 다른 게임을 생각해봅시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왜 대단히 성공하는 게임이 되었을까요? 여러가지 이유야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남탓을 할 선택지가 무려 네가지나 있는 게임이거든요. 


농담 같지만 정말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리그 오브 레전드 매판 매판을 절대 남탓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다섯명 분의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짊어지는 것을요. 그 게임이 과연하고 싶을까요? 


그렇습니다. 오토 체스는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탓할 수 있는 ‘운’이 있고, 반대로 게임이 잘 풀렸을 때에는 내 ‘실력’ 덕분이라고 자찬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둘 다 어느정도 꼭 필요한 게임이다보니 게임이 잘 안되면 “에이씨, 카드 더럽게 안뜨네!” 라고 하지, “난 정말 이 게임을 못하나봐. 이걸 왜 하지?” 라고 하지 않게 되죠. 


물론 그 운이 지독하게 따르지 않는 경우도 반복이 되면 지치게 되지만, 그 정도로 반복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고, 혹은 뭔가 잘못하고 있는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게임의 반복성을 디자인할 때 이런 적절하게 게이머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은 정말정말 중요합니다. 이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배틀로얄이 무시무시한 반복 플레이성을 갖춘 근거와 일맥상통하죠. 


실력(포지셔닝과 교전 능력)과 운(파밍, 자기장)이 모두 필요하고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언제나 자기를 탓하지 않고 게임을 다시할 수 있는 탈출구를 가진 셈입니다. 


이는 오토 체스의 가장 큰 경쟁 상대라고 여겨지는 하스스톤과 비교하면 더욱 크게 대비됩니다. 하스스톤은 초기에는 그런 면이 적었지만 지난해부터 점점 직업간 상성이 절대적이게 되어가고 있고 그게 모든 승패를 가르지는 않더라도 한쪽을 매우 불리하게 만드는건 사실입니다. 


이건 사실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와요. 처음에 상대 초상화가 뜨는 것만 보고도 짜증이 확 치밀어오르게 되니까요. 게임을 하는 것 자체로, 아니면 어떤 덱을 좋아하고 선택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정말 슬픈 현상입니다. 


하지만 오토 체스는 모든 플레이어가 정해진 덱 없이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고 눈치싸움과 빠른 판단을 통해 게임을 진행하게 되고 첫 드로우부터 엄청난 짜증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아요. 


운과 실력은 서로 보완되고 만약 실력으로도 보완할 수 없을만한 불운이면 그냥 자연재해입니다. 그리고 한 게임에서 8명이 같이 플레이하기 때문에, 8등을 제외하면 “그래도 나는 꼴찌는 면했다” 고 위안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장점 중 하나지요. 


# 모드(MOD)의 한계를 벗어나 완벽해지길




오토 체스를 플레이하면서 느낀 재미있는 점은 이 게임이 그동안 제가 즐겨왔던 카드를 사용하는 보드 게임들과 여러모로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똑같이 마작에서 출발한 보드 게임 ‘티츄’ 가 계속해서 생각이 났는데요. 빌드업과 운 요소의 적절한 조화, 라운드마다 필요한 체력 관리 등 한때 제가 즐겼던 보다 원류의 카드 게임들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티츄를 할 때 저는 직관에 의존하면서 안정적인 운영을 추구하는 쪽이었는데 보통 이런 플레이는 1등을 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꼴찌를 하지도 않죠. 확실한 운이 들어왔을 때에만 몰아붙여서 빠르게 1등을 차지하는 그런 타입이었죠. 


오토 체스에서도 그런 제 플레이 스타일이 나오는데 상당히 놀랐습니다. 티츄를 잘 모르신다면, 트럼프 카드로 하는 게임 중 ‘훌라’ 를 생각하시면 편할겁니다. 훌라도 오토 체스와 상당히 닮아있거든요. 


오토 체스가 큰 인기를 끈 비결은 그런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카드 게임 특유의 느낌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매너리즘에 빠진 경쟁작들이 가진 단점이나 문제점을 많이 해결했고, 그리고 의외로 유래가 긴 만큼 밸런스 등의 만듦새, 완성도가 상당히 뛰어납니다. 


실제로 게임을 하면서도 밸런스가 엄청나게 망가져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어요. 물론 고블린 메크는 좀 짜증났지만 말입니다. 그 덕분에 오토 체스는 커스텀 맵 사상 유래가 없는 50만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를 보유한 게임이 되었죠. 


하지만 사실 오토 체스는 재미 외적인 면에서 문제가 정말 많습니다. 일단 어쨌거나 도타 2의 커스텀 맵, 모드라는 한계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상당히 불안정하고 로딩도 굉장히 깁니다. 


서버도 불안정해서 심각한 랙이라도 걸리면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이지도 않고 그냥 화면이 멈춰있다가 끝나는 건 기본이고, 짐꾼 조작이 아예 안되기도 합니다. 


참고로 어제 저녁에는 아예 서버가 먹통이 되어서 랭킹 연동은 커녕 게임 플레이 자체가 안되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런 구조로는 체스말 추가 등 업데이트도 어렵죠. 


결국 오토 체스가 단순히 한때 인기를 끈 커스텀 맵이 아닌 꾸준히 사랑받을 게임이 되고자 한다면 스탠드얼론 버전의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꽤나 단기간에 해내야 합니다. 그 전에 이 열기가 식어버리면 안되니까요. 무엇보다, 별도의 수익원이 없다는 점은 게임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에 회의를 품게 하고 이는 팬에게도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이런 게임을 개발함으로서 부와 명예 양면에서 성공을 거두어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고, 그러려면 제대로 된, 적절한 수준의 수익 모델이 꼭 필요로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오토 체스의 개발자가 모바일 버전의 개발을 천명했고, 또 여기에 한국의 게임 퍼블리셔인 라인 게임즈가 상표권을 출원하고 개발자와 접촉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토 체스와 모바일의 결합이라, 이보다 더 궁합이 잘 맞을 수 있을까요? 일단 커스텀 맵으로 구현 가능할 정도의 게임이라면 모바일 플랫폼에 이식하는건 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겁니다. 문제는 도타2 라는 프랜차이즈에 속해있는 현재의 저작권 문제라고 할 수 있죠. 




이 게임은 굉장히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메인스트림의 유행을 이끌어나가는건 신선한 PVP 룰을 가진 경쟁 게임들입니다. 


배틀로얄이 그렇고, 클래시로얄, 브롤스타즈 등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비동기식 PVP 에서 실시간 PVP 로 유행이 넘어온지 꽤 되었습니다. 


이전의 PVP 게임들이 데스매치와 점령전이라는 고전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요즘은 바야흐로 새로운 룰과 시스템이 가득한 경쟁 게임의 시대입니다. 그 첫 타자가 바로 MOBA 였고, MOBA 가 자리 잡은 지금은 그 다음 세대인거죠. 


그래서 그만큼 큰 기대가 걸립니다. 경쟁 게임들은 우리 모두를 신나게 만들어줍니다. 그것도 긴 시간에 걸쳐서요. 오토 체스 또한 앞으로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을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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